라호르의 왁자지껄한 시장통을 걸을 때면 문득 어린 시절 품었던 꿈들이 떠오릅니다. 파일럿이 되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상, 유명한 화가가 되어 세상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는 꿈, 혹은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의사가 되는 숭고한 소망까지. 그 시절의 꿈들은 순수하고 거창했으며, 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빛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많은 꿈들이 빛을 잃거나 방향을 틀었습니다. 학업 성적, 사회적 기대, 경제적인 현실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며 어릴 적 순수했던 꿈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족의 기대를 따라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했고, 겉으로 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했습니다. 어릴 적 뜨겁게 꿈꿨던 열정은 희미해지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저는 점점 무뎌져 갔습니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배우처럼,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길을 걸어가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저를 행복하게 하는지조차 잊은 채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어린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캔버스 앞에 앉아 자유롭게 색깔을 섞고, 상상 속의 풍경을 그려낼 때 느꼈던 설렘과 몰입감. 현실에 치여 잊고 지냈던 그 감정이 문득 강렬하게 되살아났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퇴근 후 틈틈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붓을 들고 색깔을 칠하는 행위 자체가 큰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현실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잊게 해주는 마법과 같았습니다. 복잡했던 생각들은 단순해지고, 캔버스 위에서 펼쳐지는 저만의 세계에 몰두하며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릴 적 화가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림을 통해 저는 잃어버렸던 제 안의 열정을 다시 발견한 것입니다.

물론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당장 제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과 마주해야 하고, 때로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진정한 행복은 거창한 꿈을 이루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느끼는 만족감과 충만함에 있다는 것을요.

어릴 적 꿈은 때로는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꿈들이 우리 마음속에 심어놓은 열정과 순수한 동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꿈을 억지로 쫓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의 씨앗을 현재의 삶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꽃피우는 것입니다. 라호르의 활기찬 에너지처럼, 우리 안의 작은 열정을 발견하고 키워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